글] 요리, 이야기 : 알러지(Dairy Allergy).202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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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ry 알레르기(우유 단백질 알레르기)는 면역 체계가 우유 단백질에 과민 반응하여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입니다. 증상은 가벼운 두드러기나 복통에서부터 심각한 아나필락시스까지 다양하며, 즉각적이거나 지연된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진단은 증상, 나이, 그리고 의학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치료법은 증상 관리, 우유 단백질 회피, 그리고 심한 경우 응급 약물인 에피네프린 사용을 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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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Allergy), 오해, 그리고 요리사의 무게
캐나다의 레스토랑 주방은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다양한 식성을 가진 손님들이 이곳을 찾고, 그중에는 유독 음식 알러지를 가진 분들이 많다고 느낍니다. 물론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조금의 소홀함도 허용될 수 없죠. 저 역시 캐나다에서 공인된 'Food Safe'와 'Food Handler' 자격증을 소지한 요리사로서, 식품 알러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엄격한 관리 책임을 항상 되새깁니다. 하지만 때로는 과학적 사실을 넘어선 신념과 오해가 주방에 예상치 못한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데어리 알러지 때문에 계란을 빼주세요"
어느 분주한 저녁, 서버를 통해 조금은 생소한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손님께서 데어리(Dairy) 알러지가 있으셔서, 주문하신 음식에서 '계란'을 모두 빼달라고 하셨어요." 순간 제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찼습니다. 데어리 알러지는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알러지 반응인데, 왜 계란을 빼달라는 것일까요?
잠시 후 서버가 전해준 손님의 이유는 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 손님은 우유나 계란처럼 '동물이 사람을 위해 매일 무언가를 생산해야 하는' 식품들이 동물 학대의 산물이라 생각하고, 이를 자신의 '데어리 알러지'라는 범주에 포함시켜 피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동물의 권리를 생각하는 그 마음은 존중하지만, 의학적인 '알러지'와 개인의 '식이 신념'은 명백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후로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손님들을 종종 만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트의 냉장 코너에서 우유와 계란이 나란히 놓여있고, 두 가지 모두 동물로부터 얻는다는 공통점 때문에 계란을 유제품의 일종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포유동물의 젖으로 만드는 유제품(Dairy)과 조류가 낳는 알(Egg)은 완전히 다른 식품군이며, 알러지를 유발하는 단백질 성분 또한 전혀 다릅니다. 데어리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계란을 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반대로 계란 알러지가 있는 사람에게 유제품은 안전할 수 있습니다.
'알러지'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
한 테이블의 특별 주문으로 시작된 혼란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디너 러시가 시작되면 주방은 마치 전쟁터와 같습니다. 여러 테이블에서 동시에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고, 각기 다른 조리법과 시간을 요구하는 음식들이 라인 위에서 순서를 기다립니다. 바로 그때, 주문서 한쪽에 적힌 'Allergy'라는 붉은색 경고 문구는 주방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의 모든 신경은 그 주문에 집중됩니다. 혹시 모를 교차 오염을 막기 위해 조리 도구를 새로 준비하고, 주변을 정리하며, 다른 음식과 섞이지 않도록 동선을 확보해야 합니다. 땅콩, 갑각류, 글루텐, 그리고 오늘처럼 오해에서 비롯된 특별 요청까지. 손님의 건강과 안전이 제 손에 달려있다는 책임감은 여러 주문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멀티태스킹의 압박과 맞물려 저를 극한의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서버와 주방 간의 정확한 의사소통은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손님의 요구가 의학적 알러지인지, 개인적인 선호나 신념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불분명할 때, 저희는 만약을 대비해 최악의 시나리오, 즉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쇼크까지 염두에 두고 조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 신뢰와 책임감을 요리합니다
캐나다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손님의 신뢰에 안전으로 보답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는 일입니다. 특히나 식품 알러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저희 푸드 핸들러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때로는 손님의 오해에서 비롯된 요청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도 하지만, 그 또한 저희가 감수해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주방의 뜨거운 열기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주문 속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고, 모든 손님이 안심하고 즐거운 식사를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도 제가 칼을 잡고 불 앞에 서는 이유일 것입니다. 모든 요리사는 오늘도 맛과 함께 손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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