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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요리, 이야기 : 오야코동(親子丼, おやこどん)오야코돈부리.20250305.

  





글] 요리, 이야기 : 오야코동(親子丼, おやこどん), 오야코돈부리.20250305.

오야코동(親子丼, おやこどん)/오야코돈부리는 일본식 닭고기 덮밥으로 끓인 간장소스에 닭고기와 달걀, 파 등을 곁들여 밥위에 얹어 먹는 요리이다.

오야코동(親子丼): 한 그릇에 담긴, 가장 슬프고도 맛있는 이야기

세상에는 참 많은 덮밥이 있다. 하지만 오늘 필자가 이야기할 이 덮밥만큼, 그 이름 하나로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요리가 또 있을까 싶다. 바로 일본의 대표적인 덮밥, '오야코동(親子丼)'이다.

따끈한 밥 위에 짭조름하고 달달하게 조려낸 간장 소스, 부드럽게 익은 닭고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몽글몽글한 달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실패란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그런 든든한 한 끼 식사다.

'오야코동'이라는 이름은 그 재료에서 아주 직설적으로 유래했다. '오야(親)'는 '부모'를, '코(子)'는 '자식'을 뜻한다. 즉, '부모(닭고기)와 자식(달걀)이 함께 들어간 덮밥'이라는 의미다. 참으로 솔직하고 꾸밈없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요리 문화에서 오야코동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메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필자는 이 이름을 가만히 곱씹어볼 때마다 어딘가 서늘한 구석을 느낀다. "부모랑 자식이 한 식탁에 올랐으니..."

우리가 그저 '맛있다'며 무심코 먹는 그 한 그릇이, 닭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한 비극이 있을까. 부모인 닭과, 그 닭이 낳은 자식(이 되었을) 달걀이 한 그릇 안에서 생을 마감하고 우리의 음식이 된 것이다.

이는 '닭의 종족에 대가 끊어지는' 순간을 우리가 맛있게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가족이, 아니 한 가계(家系)가 통째로 덮밥 한 그릇으로 완성된 셈이다.

"일본이란 나라... 음식 명칭이란... 참으로..." 필자의 머릿속이 복잡해 진다.

물론 이는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식재료가 된 동물의 입장에서 감정을 이입해 보았을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의 요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어찌 보면 기묘한 작명법인 것은 사실이다.

이름을 통해 재료를 명확히 전달하려는 극단적인 실용주의의 발로일까? 아니면 생명을 먹는다는 행위의 본질을 굳이 미화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혹은 조금은 잔인하게) 받아들이는 그들 특유의 문화가 반영된 것일까?

'부모와 자식'이라는, 세상 그 어떤 관계보다 애틋하고 끈끈한 단어를 음식 이름에 이토록 태연하게 사용했다는 점. 이것이 바로 오야코동이 단순한 닭고기 덮밥을 넘어, 필자에게 묘한 감정적 파동을 일으키는 이유일 것이다.

오늘, 혹은 가까운 언젠가 오야코동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부드러운 닭고기와 고소한 달걀의 완벽한 조화에 감탄하면서도, 문득 그 이름 뒤에 숨은 '슬픈 가족사'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아이러니함, 이 슬프고도 맛있는 이야기 자체가 오야코동이라는 요리를 완성하는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은 아닐까?

출출한 김에 못먹는 소주 한잔 곁들인 '오야코동'을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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