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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요리, 이야기 : 후토 마키(太巻き : ふとまき).20251014.


 




글] 요리, 이야기 : 후토 마키(太巻き : ふとまき).20251014.


’한입에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후토마끼‘
'후토(太)'는 ’굵다‘,'두툼하다'라는 뜻이고, '마키(巻き)'는 ’말다‘,'말린 것'이라는 의미를 뜻합니다.

한입에 담는 역사와 행복, 후토마키 이야기 (그리고 김밥!)

오늘은 ‘한입에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후토마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후토(太)’는 ‘굵다’라는 뜻이고, ‘마키(巻き)’는 ‘말다’라는 의미를 뜻하는데요, 이 이름처럼 큼직하고 속이 꽉 찬 모습만큼이나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후토마키를 만나보시죠.

후토마키, 그 이름 뒤에 숨겨진 이야기

제가 일하는 레스토랑은 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특히 주방 쪽은 고된 업무 탓에 직원들의 변화가 잦은 편이고, 주방 밖 서버들은 말할 것도 없죠. 언젠가 함께 일했던 서버 중에 일본인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하루는 손님 오더 중에 ‘후토마키’가 있는 것을 보고 그 친구가 제게 묻더군요. “요즘 한국에서 일식 후토마키를 베낀(?) 김밥이 세계적으로 아주 유행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베낀(?)’이라는 말에 순간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제가 고지식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고들 합니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역사를 모르는 자와 역사를 아는 자의 지식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요. 굳이 논쟁 거리를 만들고 싶지도, 논쟁의 가치도 느끼지 못해서 그냥 수긍하는 모양새로 대답을 해줬습니다. 하지만 제 속으로는 ‘후토마키의 원조는 일본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일식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니기리’(초밥)가 그렇듯 말이죠.

김밥에서 후토마키로: 음식 문화의 흥미로운 여정

이쯤에서 후토마키의 진짜 뿌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여러분은 혹시 한국의 김밥이 일본으로 건너가 후토마키의 원형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우리나라의 김밥은 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복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밥과 다양한 재료를 김에 싸 먹는 형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식문화에 자리 잡고 있었죠. 특히 조선시대 문헌에도 김과 밥을 이용한 음식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김말이 밥이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일본인들의 입맛과 문화에 맞게 변화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일본에는 오늘날과 같은 '김밥' 개념의 음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김말이 밥을 접한 일본인들은 이를 자신들의 식문화에 접목시키기 시작했고, 특히 밥에 식초로 간을 한 '스시'의 개념과 결합되면서 지금의 후토마키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이죠. 즉, 일본의 후토마키는 한국 김밥의 영향을 받아 일본식으로 재해석된 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김밥이 후토마키를 베꼈다”는 말은 어불성설인 셈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후토마키, 그 자체로 완벽한 맛의 향연

물론,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별개로 후토마키는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입니다. 큼직한 김 안에 밥과 함께 다양한 속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입 가득 베어 물면 다채로운 맛과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튀김, 달걀, 시금치, 맛살, 어묵 등 지역과 만드는 사람에 따라 재료는 무궁무진하게 달라지며, 각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제가 후토마키를 바라볼 때마다 그 일본인 친구와의 대화가 떠오르지만, 이제는 그저 담담하게 맛있는 음식을 즐기곤 합니다. 음식에는 국경이 없고, 음식 문화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원조인지를 따지는 것보다, 그 음식이 주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아닐까요?

나만의 후토마키, 나만의 행복

오늘 저녁, 저는 집에서 저만의 후토마키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신선한 채소와 고소한 계란, 그리고 달콤 짭짤한 맛살을 듬뿍 넣어 말이죠. 한입에 다 넣기 힘들 정도로 큼지막하게 말아서, ‘한입에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후토마키의 의미를 되새기며 크게 한입 베어 물어볼 겁니다. 복이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제가 만든 맛있는 후토마키 한 조각이 주는 소소한 행복은 분명 저를 미소 짓게 할 테니까요.

여러분도 오늘 저녁,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재료들로 후토마키 혹은 김밥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떠세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나누어 먹으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다음에도 더 재미있고 맛있는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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